
네! 여러분, 안녕하세요? 브라더윤의 한국어 팟캐스트 시간입니다. 모두 건강히 잘 지내고 계신가요? 오늘은 9월 6일 토요일에 이 팟캐스트를 녹음하고 있습니다.
벌써 9월이 되었네요. 시간이 참 빠르다고 생각되는데요. 이제 더운 여름도 조금씩 지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한국은 아직 많이 덥긴 하지만, 지난주에 비하면 아주 조금은 선선해진 것 같아요. 특히 밤은 적당히 시원해서 산책하거나 러닝하는 분들이 정말 많아요. 여러분이 사시는 곳의 날씨는 어떤지 궁금해지네요.
네! 그리고 저는 이번 주에 사진을 찍기 위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는데요. 이렇게 사진을 찍으러 나가는 걸 ‘출사’라고 말한답니다. 특히 이번 주 월요일에 ‘해방촌’이라는 동네에 출사를 다녀왔는데요. 상당히 만족스러운 하루였습니다.
○ 출사(Photo shoot / 撮影)
해방촌은 ‘남산’이라는 산으로 올라가는 언덕에 있는 동네인데, 1945년,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이후 집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 이 언덕에 집을 짓고 살면서 형성된 마을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해방촌'이라고 부르게 된 거죠. 언덕에 만들어진 마을이다 보니 경사도 가파르고 골목도 많이 좁아요.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는 마을이죠.
○ 가파르다(to be steep / 険しい)
하지만 해방촌은 서울의 다른 곳에서 하 기 힘든 이색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랍니다. 가파른 언덕과 구불구불한 골목마다 개성 있는 식당과 카페가 들어와 있어요. 그래서 요즘 젊은 한국인들이 자주 찾는 데이트 코스이기도 하죠. 서울로 여행을 오신다면 한 번쯤 방문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혹시 제가 해방촌에서 찍은 사진이 궁금하신 분들이 있다면, 제 인스타그램 링크를 클릭해서 확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이색적 (Exotic, unique / 異色的だ)
○ 구불구불하다(to be winding, to be curvy / くねくねしている)
네! 이제 오늘의 주제를 소개해 드리려고 하는데요. 오늘도 한 청취자 분께서 보내 주신 리퀘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오늘은 상당히 어둡고 우울한 이야기를 드리게 될 것 같아요. 자! 주제를 말씀드리기 전에, 여러분께 먼저 질문을 하나 드리고 싶습니다.
○ 우울하다(to be gloomy, to be depressed / 憂鬱だ)
혹시 여러분은 한국이 인종차별적인 나라라고 생각하시나요? 너무 무거운 질문이죠? 2020년 3월, 한국에 살고 있는 이주민, 즉 자신의 나라를 떠나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한 설문조사에서, 68%의 응답자가 한국 사회에 인종차별이 존재한다고 대답했습니다. 실제로 한국에 사는 이주민들의 대부분이 인종차별을 경험한다는 이야기죠.
○ 인종차별(Racial discrimination / 人種差別)
○ 이주민 (Immigrant, migrant / 移住民)
○ 설문조사(Survey, questionnaire / 設問調査、アンケート)
○ 응답자(Respondent / 回答者)
사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그 사회의 주류 집단이 아닌 소수 집단에 대한 차별은 존재할 거예요. 다만 한국의 인종차별은 두 가지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데요. 첫 번째는, 흔히 서구 사회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인종차별과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고요. 두 번째는, 대부분의 한국인이 한국에는 인종차별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인종차별을 당하는 사람은 있는데, 인종차별을 가하는 사람은 없다니, 이게 어떻게 된 걸까요?
○ 주류 집단(Mainstream group / 主流集団)
○ 소수 집단(Minority group / 少数集団)
○ 서구(The West / 西欧)
오늘은 여러분께, 한국 사회의 인종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드려 보도록 하겠습니다.
네! 본격적으로 한국의 인종주의를 이야기하기 전에, 오늘 계속 언급할 ‘인종차별’과 ‘인종주의’라는 개념에 대해 먼저 정의를 하고 싶은데요.
○ 인종주의(Racism / 人種主義)
전통적인 의미의 ‘인종주의’는 ‘피부색’으로 구분되는 여러 인종 사이에 우열, 즉 좋고 나쁨이 존재한다고 믿고, 이를 바탕으로 특정 인종을 무시하고 차별하는 태도를 말해요.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인종주의’는 단순히 ‘피부색’만으로 인종을 구분하지 않습니다. 어떤 집단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배경, 출신 국가, 경제력, 믿고 있는 종교, 말의 억양 등등 그 집단을 구분 지을 수 있는 모든 요소가 넓은 의미의 ‘인종’을 만들어 내고 있죠. 참고로 이렇게 특정 집단을 우리와 구분되는 ‘인종’으로 인식하는 것을 ‘인종화’라고 부를 수 있어요. 조금 어렵죠?
○ 우열(Superiority and inferiority / 優劣)
○ 출신 국가(Country of origin / 出身国)
○ 경제력(Economic power / 経済力)
○ 종교(Religion / 宗教)
○ 억양(Accent, intonation / 抑揚)
자! 이렇게 어떤 사회가 특정 집단을 자신들과 구분되는 ‘인종’이라고 낙인찍고, 그 집단에 속한 사람들에게 차별과 혐오의 태도를 보이는 것을 넓은 의미의 ‘인종차별’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이해가 되실까요? 참고로 낙인을 찍는다는 건, 어떤 집단이나 사람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것을 뜻해요.
○ 낙인찍다(to brand, to stigmatize / 烙印を押す)
○ 차별(Discrimination / 差別)
○ 혐오(Hatred, disgust / 嫌悪)
네! 이러한 인종주의는 나라마다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이는데요. 예를 들어, 서구 사회에서는 종종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하는 인종차별이 문제시되곤 하죠? 문제시된다는 건, 문제로 인식된다는 뜻인데요. 이때 부정적인 인종으로 인식되는 ‘아시아인’에는 황색, 즉 노란색에 가까운 피부색을 가진 모든 아시아인이 해당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피부색을 기준으로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주의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렇죠?
그런데 한국의 인종주의는 어떨까요? 물론 한국 내에도 여러 종류의 인종주의가 존재하지만, 적어도 황색이라는 피부색을 가진 집단을 한국인과 구분되는 인종으로 인식하는 태도는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한국인이 황인종, 즉 황색 피부를 가진 인종이니까요. 다시 말해, 한국의 인종주의는 서구 사회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인종주의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띠게 된다는 거죠. 이해가 되실까요?
○ 황인종(Yellow race / 黄人種)
이렇듯 인종주의는 여러 사회에서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생각해 주시면 됩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인종주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이어서 한국식 인종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국의 인종주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단일민족’과 '순혈주의' 의식을 먼저 이해해야 하는데요. 말이 너무 어렵죠? 하나씩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먼저 ‘단일민족’ 의식은 한국이 단일한 민족, 즉 하나의 민족으로만 이루어진 국가라는 생각이고요. '순혈주의'는 이 순수한 핏줄을 지켜야 한다는 믿음이에요. 이러한 생각은 대략 19세기 말부터, 즉 근현대 시기 동안 한국 사회를 지탱해 온 중요한 가치관이었습니다.
○ 단일민족(Homogeneous nation / 単一民族)
○ 순혈주의(Blood purity ideology / 純血主義)
○ 단일하다(to be single, to be uniform / 単一だ)
○ 핏줄 (Bloodline, kinship / 血筋)
○ 지탱하다 (to support, to sustain / 支える)
물론 여러분, 한국은 절대 단일한 민족, 즉 하나의 민족으로만 이루어진 국가가 아닙니다. 역사적으로 이건 불가능한 일이죠. 그럼에도 한국인들은 스스로가 다른 민족과 피가 섞이지 않은 ‘단일 민족’이라는 사실에 집착해 왔고, 이것이 결국 한국 안에 존재하는 다른 집단에 대한 배타적인 태도를 만들어 낸 거죠. 배타적인 태도는 남을 배척하는, 즉 거부하는 태도를 말합니다.
○ 배타적(Exclusive / 排他的だ)
자! 단일민족과 순혈주의 의식 때문에 한국이 다른 집단에게 배타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건 이해가 되실 것 같은데요. 그런데 여러분, 과연 한국 사회가 다른 집단에게 보이는 배타성은 모든 집단에게 똑같이 적용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여기서부터 한국식 인종주의의 여러 특징들이 나타나는데요. 지금부터 한국식 인종주의의 특징을, 이해하기 쉽게 세 가지로 정리해서 말씀드려 볼게요.
첫 번째 특징은,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 민족'이 아니면 일단 거부하고 보는 강한 배타성입니다. 한국 사회는 스스로가 ‘단일민족’이라는 생각이 워낙 강하고요, 여기에 강한 자부심을 느끼는 사회적인 분위기도 있어요. 그러다 보니, 기본적으로 한국 사회는 한국인이 아닌 '외부인'에 대한 경계심이 강한 편입니다. 아마 서울을 방문해 보신 분들 중에 불친절한 한국인 때문에 기분 나쁜 경험을 하신 분들이 꽤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정말 외국인이 싫어서 불친절한 태도를 보인 사람도 있겠지만, 외부인을 경계하는 태도 때문에 다소 불친절하게 보인 경우도 있을 것 같습니다.
○ 자부심(Pride, self-esteem / 自負心)
○ 경계심(Wariness, guardedness / 警戒心)
한국인의 이러한 배타성은, 심지어 외부인뿐 아니라 같은 한국인에게 나타나기도 하는데요. 분명히 같은 한국인임에도, 한국 사회가 원하는 일반적인 모습과 다른 모습을 보이면, 그 사람에 대해 강한 경계심과 적대감을 보이곤 하죠.
네! 정리하자면, 한국식 인종주의는 다른 집단에 대한 강한 배타성을 바탕에 두고 있다고 생각해 주시면 됩니다. 이해가 되실까요?
자! 그다음으로 한국식 인종주의의 두 번째 특징은, 외부인으로 인식되는 집단을 위계적으로 대한다는 점입니다. 말이 너무 어렵죠? 위계는 등급의 높고 낮음을 뜻하는데요. 위계적이라는 건 등급의 높고 낮음이 존재한다는 뜻이에요. 즉 한국 사회는 외부인으로 인식되는 집단을 모두 똑같이 차별하거나 똑같이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집단들 사이에 등급을 나누어서 누구는 존중하고 누구는 존중하지 않는다는 얘기죠.
○ 위계적(Hierarchical / 階層的だ)
그러면 한국식 인종주의의 위계는 어떻게 이루어져 있을까요? 이 위계의 가장 위쪽에는 서구 사회에서 온 백인들이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더 지난 19세기 말부터,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백인들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 그리고 선망의 태도가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이러한 태도는 20세기를 지나며 더욱 공고해졌죠. 참고로 ‘선망’은 무언가를 부러워하는 것을 말하고요. 공고해진다는 건 더욱 단단하고 튼튼해진다는 걸 의미합니다.
○ 우호적(Friendly, amicable / 友好的だ)
○ 선망(Envy, admiration / 羨望)
○ 공고해지다(to be solidified, to become firm / 鞏固になる)
이렇듯 서구 사회의 백인에게는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반면, 한국 사회는 그 외의 집단들에게는 상당히 배타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즉 한국 사회는 여러 외부 집단을 위계적으로 인식하고 차별적으로 대하고 있다는 것이죠. 이해가 되실까요?
네! 그리고 한국식 인종주의의 세 번째 특징은, 집단 사이의 등급을 나누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피부색보다는 경제력이라는 점입니다. 사실 이것이 한국식 인종주의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요. 잠시 뒤에 살펴보겠지만, 한국은 20세기에 식민 지배와 극심한 가난을 극복하고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룬 경험이 있죠. 그리고 이 과정에서 ‘단일민족’이라는 가치와 함께 강조된 것이 ‘경제 발전’이었습니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국가 주도의 경제 성장을 거치면서, 한국인의 의식 속에는 ‘경제력’, 즉 ‘잘 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라는 생각이 자리잡게 되었죠.
○ 극심하다(to be severe, to be extreme / 極甚だしい)
○ 국가 주도(State-led,government-led / 国家主導)
그리고 이러한 의식 때문에, 한국 사회는 외부인을 대할 때 그 사람의 출신 국가가 얼마나 잘 사는지를 중요한 잣대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선진국 출신이라면 상당히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요. 한국보다 소득 수준이 낮은 국가 출신이라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먼저 부정적으로 평가하며 차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죠. 이러한 한국의 인종주의를 ‘GDP 차별’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 잣대(Standard, yardstick / 物差し)
○ 소득 수준(Income level / 所得水準)
경제적 수준에 따른 인종주의는 한국에서 정말 흔하게 발견할 수 있는데요. 아까, 한국 사회가 기본적으로 백인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했죠? 그런데, 백인이라고 해도 한국보다 소득 수준이 낮은 국가 출신이라면, 그때는 조금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합니다. 이 정도로 한국 사회에서 경제적 수준은 중요한 평가 기준인 것이죠.
자!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인종주의의 특징을 간단하게 살펴보았는데요. 그런데 어떻게 해서 한국 사회는 이러한 모습의 인종주의를 보이게 된 걸까요? 사실 한국의 인종주의에는 지난 100여 년의 역사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어떠한 역사적 배경 위에서 한국의 인종주의가 형성되었는지, 그 형성 과정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네! 한국식 인종주의의 뿌리는 19세기 말 개화기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개화기는 한국이 서구 문물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던 때를 의미해요. 당시, 한국의 옛 왕조 국가였던 조선은 서구의 발전된 문물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는데요. 이때 과학 기술뿐 아니라, 당시 서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던 여러 사상들도 함께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중에는 ‘사회진화론’도 있었죠. ‘사회진화론’은 인종이나 민족 사이에 우월한 존재와 열등한 존재, 즉 높은 등급의 존재와 낮은 등급의 존재가 있다는 생각인데요.
○ 개화기(Enlightenment period / 開化期)
○ 서구 문물 (Western civilization, Western culture / 西欧文物)
○ 사상 (Ideology, thought / 思想)
○ 사회진화론(Social Darwinism / 社会進化論)
○ 우월하다(to be superior / 優越だ)
○ 열등하다(to be inferior / 劣等だ)
당시 조선의 지식인들은 이 생각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당시 조선의 지식인들이 남긴 글들을 보면, 이들은 조선인을 백인보다 열등한 민족이라고 인식했어요. 뿐만 아니라, 이미 근대화를 이룬 일본에 비해서도 열등한 민족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특징적인 부분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백인과 일본 외의 다른 인종과 민족들을 조선인보다 열등한 민족이라고 인식했다는 점이에요. 이러한 위계적인 인종주의는 서구 사회에 퍼져 있던 인종주의를 조선이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듯 19세기 말부터 한국인들은 여러 인종과 민족을 위계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어요.
○ 근대화(Modernization / 近代化)
자! 이러한 한국의 인종주의는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는 기간 동안 더욱 복잡한 형태로 발전합니다.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으면서, 많은 한국인들은 민족적 열등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는데요. 일본과 비교할 때, 조선과 조선 민족은 보잘것없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죠. 그리고 이러한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강조하기 시작한 것이, 아까 말씀드린 ‘단일민족'과 '순혈주의' 의식이었습니다. ‘우리 민족'이라는 강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일본에 저항하고 민족적인 열등감을 극복하고자 했던 거예요.
○ 보잘것없다(to be insignificant, to be shabby / 些細だ、取るに足りない)
○ 정체성(Identity / アイデンティティ)
이러한 ‘단일민족’과 ‘순혈주의’ 의식은 한국인을 하나로 뭉쳐 강력한 힘을 낼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와 조금이라도 다르면 이를 거부하는, 배타적인 태도를 만들어 내게 되었죠.
자! 일본의 식민 지배에서 벗어나자, 이번에는 한국 내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아주 커지게 됩니다. 특히 한국전쟁을 거치며, 한국 사회에서 미국은 마치 ‘구원자’처럼 여겨지게 되었죠. 그리고 이런 흐름 속에서, 미국 문화라면 모두 우월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사회 전반에 깊이 뿌리를 내리게 되었는데요. 이런 태도는 결국 서구 사회의 백인은 우호적인 태도로 대하고, 그 외의 집단은 무시하고 차별하는 한국식 인종주의를 강화하게 되었죠.
○ 구원자(Savior, redeemer / 救い主)
○ 뿌리를 내리다(to take root, to settle down / 根を下ろす)
그런데 여러분! 그렇다고 제가 한국의 인종주의가 100% 서구 인종주의의 영향을 받아 형성되었다고 이야기하는 건 아닙니다. 결국 지금 한국의 인종주의는 한국 사회에서 한국인들에 의해 형성된 것이죠. 무조건 서구의 탓만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네! 그리고 1960년대 이후, 한국은 급속한 경제 성장기를 거치는데요. 당시 한국 사회는 ‘가난’과 ‘후진성’에 대해 강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후진성’은 뒤떨어진 상태를 뜻해요. 20세기 초부터, 한국은 식민 지배에 이어 끔찍한 전쟁을 겪어야 했는데요. 이런 경험 때문에 한국 사회는 기본적으로 스스로에 대해 강한 열등감을 지닐 수밖에 없었죠.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이어진 군부 독재 기간 동안, 한국은 이러한 열등감을 ‘단일민족’ 의식과 '경제 발전’을 통해서 극복하고자 했습니다.
○ 후진성(Backwardness / 後進性)
○ 군부 독재(Military dictatorship / 軍部独裁)
이러한 열망 덕분에 한국은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었지만, 동시에 경제력에 따라 사람과 국가의 등급을 나누는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경제력에 따라 사람과 집단을 차별하는 'GDP 차별'이 바로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죠. 이해가 되실까요?
네! 지금까지 한국의 인종주의에 대해 말씀을 드려 보았는데요. 마지막으로 한국의 인종주의와 인종차별에 대한 저의 생각을 말씀드리고, 오늘의 에피소드를 마무리해 보려고 합니다.
제가 맨 처음에, 한국에는 인종차별이 없다고 생각하는 한국인들이 많다고 말씀드렸죠?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이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한국에는 인종차별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인종차별은 다양한 집단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요.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 화교, 조선족, 흑인, 동남아시아 이주 노동자, 그리고 혼혈인까지, 한국 사회는 이렇게 많은 집단을 의식적으로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무시하고 차별하고 있습니다.
○ 이주 노동자(Migrant worker / 移住労働者)
너무 무겁고 가슴 아픈 이야기이긴 하지만, 몇 가지 사건들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먼저 첫 번째 사건입니다. 2020년, 한국의 ‘대구’라는 도시에서 유학 중이던 무슬림 유학생들은 종교 활동을 위해 모스크를 짓고자 했습니다. 모스크를 짓기 위한 돈을 모았고, 건축 허가까지 받았죠.
○ 건축 허가(Building permit / 建築許可)
그런데 2021년, 일부 주민들이 모스크 건설에 반대하기 시작합니다. 주민들이 내세운 반대 이유가 뭐였을 것 같나요? 소음 문제와 교통 혼잡 등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그중에는 무슬림들이 위험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었어요. 다시 말해, 무슬림은 잠재적 범죄자이기 때문에, 한국에 무슬림 공동체가 만들어지는 걸 막아야 한다는 겁니다. ‘잠재적 범죄자’는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뜻해요.
○ 소음(Noise / 騒音)
○ 교통 혼잡(Traffic congestion / 交通混雑)
○ 잠재적 범죄자(Potential criminal / 潜在的犯罪者)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주장입니다. 굉장히 인종차별적이고, 이슬람 문화에 대한 어떠한 존중도 담겨 있지 않은 태도죠. 그런데 이러한 시각에 공감하는 한국인들이 정말 많아요. 인터넷에서 조금만 검색해 봐도, 무슬림을 공포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의견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태도는 한국에 살고 있는 무슬림 이주민들에 대한 이유 없는 혐오와 차별로 나타나고 있죠.
○ 시각(Perspective, point of view / 視点)
네! 이어서 한 가지 사례를 더 말씀드려 볼게요. 2020년 12월, 한 동남아시아 이주 노동자가 비닐하우스에서 잠을 자다 사망했습니다. 당시 기온은 영하 18도로 아주 추운 날이었는데요. 비닐하우스에는 난방 장치 하나 없었습니다. 애초에 비닐하우스는 식물을 기르는 곳이지, 사람이 자는 숙소가 아니죠. 그런데 농장을 운영하는 한국인 농장주는 이 노동자를 비닐하우스에서 지내게 한 거예요. 그리고 이로부터 3개월 뒤인 2021년 2월 비슷한 사건이 또 발생했습니다.
○ 비닐하우스(Greenhouse (plastic) / ビニールハウス)
○ 농장주(Farm owner, planter / 農場主)
이에 대해서, 이건 특정 사람들이 나쁜 거라며, 이러한 차별과 혐오를 개인적인 문제로 돌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겠지만, 저는 어떠한 차별도 순전히 개인적인 차원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정 집단에 대해 가해지는 혐오와 차별은 그 사회의 제도와 구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 개인적 차원(Personal level, individual dimension / 個人的な次元)
○ 제도(System, institution / 制度)
○ 구조(Structure / 構造)
예를 들어, 한국에는 이주 노동자, 즉 해외에서 한국으로 일을 하러 온 노동자를 관리하는 ‘고용허가제’라는 제도가 있는데요. 이 제도에 따라, 현재 한국은 한국과 협정을 맺은 16개 국가에서만 노동 목적의 이주를 허용하고 있어요. 이 ‘고용허가제’를 통해 한국으로 들어오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출신의 노동자들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대부분 ‘단순기능 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이에요. ‘단순기능 노동’은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 육체적 노동을 뜻합니다.
○ 고용허가제(Employment Permit System / 雇用許可制)
○ 협정을 맺다(to conclude an agreement / 協定を結ぶ)
○ 단순기능 노동(Simple labor, low-skilled labor / 単純労働)
이렇게 ‘단순기능 노동’을 하는 이주민들은 ‘고용허가제’에 따라 한국 사회에서 최대 4년 10개월까지만 지낼 수 있어요. 그 이후에는 한국을 떠나야 합니다. 그리고 이들은 한번 직장을 구하게 되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직장을 옮기거나 이사를 할 수도 없죠. 그러다 보니,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비닐하우스에서 잠을 자는 등의 불합리한 대우를 받아도 참고 일할 수밖에 없어요. 최소한의 인권조차 지키기 어려운 구조인 거죠.
○ 불합리하다(to be irrational, to be unreasonable / 不合理だ)
○ 인권(Human rights / 人権)
반면, ‘단순기능 노동’이 아닌 특별한 기술과 지식이 필요한 ‘전문 인력’으로 한국에 온 노동자들은 우호적인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는 이들을 친절하게 대할 뿐 아니라, 이들에게는 한국에 정착할 기회도 주고 있죠. 이런 ‘전문 인력’은 전체 이주민 노동자의 16%에 불과하고, 대부분 서구 출신의 백인들입니다.
○ 전문 인력(Professional personnel, skilled workers / 専門人材)
○ 대접을 받다(to be treated (with respect, etc.) / 待遇を受ける)
○ 정착하다(to settle down / 定着する)
과연, 이러한 한국의 제도적 차별이 한국의 인종주의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한국의 인종차별을 어디까지나 개인의 문제라고만 볼 수 있을까요? 저는 아무래도 그렇게 보기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 어디까지나(To the end, no matter what / あくまでも)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 하고 마무리를 해 볼게요. 아까도 말씀드린 것처럼, 한국인 중에는 한국에는 인종차별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분명히 인종차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왜 인종차별이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제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저는 한국 사회가, 그리고 한국인들이 한국 내에 있는 이주민들의 처지에 대해 진지한 고민과 반성을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한국에 사는 대부분의 이주민들을 그저 잠깐 있다 떠나는 노동력으로만 생각하고, 그들의 존재 자체를 잊고 살고 있는 거죠. 그들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한국에는 인종차별이 없다고 믿고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 처지(Situation, circumstances / 境遇、立場)
하지만 현재 한국에 있는 이주민의 인구는 2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그리고 200만 명을 넘는 이주민들의 출신 국가와 종교, 언어는 모두 다르죠. 더 이상 한국은 ‘단일민족’ 국가도 아니고, 단일한 문화를 가진 국가도 아닙니다.
그러니 이제는 한국 사회가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한국 사회에 퍼져 있는 인종주의와 인종차별을 극복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보면서 오늘의 팟캐스트를 마무리해 보려고 합니다.
○ 직시하다(to look squarely at, to face directly / 直視する)
네! 오늘은 한국 사회의 인종주의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았는데요. 전문가가 아닌 제가, 이 민감하고 어려운 주제를 너무 가볍게 다룬 것 같아서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혹시 제가 오늘 말씀드린 내용들에 불편함을 느끼신 분들이 있다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네! 오늘도 저의 팟캐스트에 함께해 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저는 다음 시간에 더 유익한 이야기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 언제나 건강 관리 잘해 주시고요. 우리는 다음 시간에 봅시다. 그럼 모두, 안녕!
○ 출사(Photo shoot / 撮影)
○ 몰리다(to be cornered, to be driven / 追いやられる)
○ 가파르다(to be steep / 険しい)
○ 구불구불하다(to be winding, to be curvy / くねくねしている)
○ 우울하다(to be gloomy, to be depressed / 憂鬱だ)
○ 인종차별(Racial discrimination / 人種差別)
○ 설문조사(Survey, questionnaire / 設問調査、アンケート)
○ 응답자(Respondent / 回答者)
○ 주류 집단(Mainstream group / 主流集団)
○ 소수 집단(Minority group / 少数集団)
○ 서구(The West / 西欧)
○ 인종주의(Racism / 人種主義)
○ 우열(Superiority and inferiority / 優劣)
○ 출신 국가(Country of origin / 出身国)
○ 경제력(Economic power / 経済力)
○ 종교(Religion / 宗教)
○ 억양(Accent, intonation / 抑揚)
○ 낙인찍다(to brand, to stigmatize / 烙印を押す)
○ 차별(Discrimination / 差別)
○ 혐오(Hatred, disgust / 嫌悪)
○ 황인종(Yellow race / 黄人種)
○ 단일민족(Homogeneous nation / 単一民族)
○ 순혈주의(Blood purity ideology / 純血主義)
○ 단일하다(to be single, to be uniform / 単一だ)
○ 배타적(Exclusive / 排他的だ)
○ 자부심(Pride, self-esteem / 自負心)
○ 경계심(Wariness, guardedness / 警戒心)
○ 위계적(Hierarchical / 階層的だ)
○ 우호적(Friendly, amicable / 友好的だ)
○ 선망(Envy, admiration / 羨望)
○ 공고해지다(to be solidified, to become firm / 鞏固になる)
○ 국가 주도(State-led, government-led / 国家主導)
○ 극심하다(to be severe, to be extreme / 極甚だしい)
○ 잣대(Standard, yardstick / 物差し)
○ 소득 수준(Income level / 所得水準)
○ 개화기(Enlightenment period / 開化期)
○ 사회진화론(Social Darwinism / 社会進化論)
○ 우월하다(to be superior / 優越だ)
○ 열등하다(to be inferior / 劣等だ)
○ 근대화(Modernization / 近代化)
○ 보잘것없다(to be insignificant, to be shabby / 些細だ、取るに足りない)
○ 정체성(Identity / アイデンティティ)
○ 구원자(Savior, redeemer / 救い主)
○ 뿌리를 내리다(to take root, to settle down / 根を下ろす)
○ 후진성(Backwardness / 後進性)
○ 군부 독재(Military dictatorship / 軍部独裁)
○ 건축 허가(Building permit / 建築許可)
○ 소음(Noise / 騒音)
○ 교통 혼잡(Traffic congestion / 交通混雑)
○ 잠재적 범죄자(Potential criminal / 潜在的犯罪者)
○ 시각(Perspective, point of view / 視点)
○ 비닐하우스(Greenhouse (plastic) / ビニールハウス)
○ 개인적 차원(Personal level, individual dimension / 個人的な次元)
○ 제도(System, institution / 制度)
○ 구조(Structure / 構造)
○ 고용허가제(Employment Permit System / 雇用許可制)
○ 협정을 맺다(to conclude an agreement / 協定を結ぶ)
○ 단순기능 노동(Simple labor, low-skilled labor / 単純労働)
○ 불합리하다(to be irrational, to be unreasonable / 不合理だ)
○ 인권(Human rights / 人権)
○ 전문 인력(Professional personnel, skilled workers / 専門人材)
○ 대접을 받다(to be treated (with respect, etc.) / 待遇を受ける)
○ 정착하다(to settle down / 定着する)
○ 어디까지나(To the end, no matter what / あくまでも)
○ 처지(Situation, circumstances / 境遇、立場)
○ 직시하다(to look squarely at, to face directly / 直視する)
손인서. (2024). 다민족 사회 대한민국: 이주민·차별·인종주의. 돌베개.
정회옥. (2022). 한 번은 불러보았다: 짱깨부터 똥남아까지, 근현대 한국인의 인종차별과 멸칭의 역사. 위즈덤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