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 여러분, 안녕하세요? 브라더윤의 한국어 팟캐스트 시간입니다. 모두 건강히 잘 지내고 계신가요? 오늘은 5월 1일 금요일에 이 팟캐스트를 녹음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여러분은 사람이 많은 곳을 좋아하시나요? 아니면 사람이 적은 곳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어릴 때부터 사람이 적은 곳을 좋아했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그런 성격이 더 강해진 것 같아요.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은 정말 가기가 힘들더라고요. 주변을 보면 사람이 많은 곳에서 에너지를 얻는 사람들도 있던데, 저는 반대로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에너지를 빼앗기는 것 같습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기가 빨리는 느낌이에요. 기가 빨린다는 건 기운이 빠르게 없어진다는 말입니다. 이런 걸 보면, 사람마다 참 성격이 다르다는 게 새삼 실감이 납니다. 그렇죠?
저는 요즘 인간 관계가 너무 좁아지고 있는 것 같아서 걱정인데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야 할 텐데, 그게 또 어렵다 보니까 계속 고민만 하게 됩니다. 혹시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신 분들이 계실지 궁금하네요.
네! 이제 오늘의 주제를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오늘은 문학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해요. 문학사는 문학의 역사를 말하는데요. 아무래도 오늘은 문학과 역사를 함께 말씀드리게 될 것 같습니다. 문학과 역사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는 꽤 흥미로운 주제가 될 것 같으니까요. 조금 어렵더라도 끝까지 들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문학사(History of literature / 文学史 / Lịch sử văn học)
자! 조금 더 구체적으로 오늘의 주제를 말씀드려 볼게요. 오늘은 한국 문학사에서 상당히 중요한 한 소설집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소설집은 여러 소설을 모아 놓은 작품을 말해요. 오늘 다루어 보고 싶은 소설집은 바로 15세기에 김시습이 쓴 <금오신화>라는 작품입니다. 현재 전해지는 <금오신화> 속 소설들은 총 5편인데요. 이 작품들은 한국 최초의 한문 소설이라고 불리고 있어요. 한문 소설은 한자로 지은 소설을 말합니다.
○ 소설집(Short story collection / 短編小説集 / Tuyển tập truyện)
○ 한문 소설(Classical Chinese novel / 漢文小説 / Tiểu thuyết chữ Hán)
그리고 동시에 이 작품들은 한국 문학사에서 최초의 소설로 인정받고 있기도 해요. 다시 말해, 이 <금오신화>가 한국 소설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죠. 과연 이 <금오신화>는 어떻게 해서 한국 최초의 소설로 인정받게 된 걸까요? 그리고 이 <금오신화> 속의 소설들은 과연 어떤 내용의 작품들일까요? 오늘은 이 <금오신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네! 지금부터 오늘의 주인공인 〈금오신화〉가 어떤 작품인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이 <금오신화>에 실린 소설들이 어떤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살펴보려고 하는데요. <금오신화>에 실린 다섯 편의 소설 중 두 편의 내용을 간단하게 소개해 드려 보겠습니다.
○ 실리다(To be included, to be published / 掲載される / Được đăng, được in)
첫 번째 소설은 〈이생규장전〉입니다. 때는 고려라는 나라가 있었던 '고려시대'입니다. 당시 고려의 수도였던 '개성'에 이생이라는 젊은 선비가 살고 있었어요. 선비는 옛날에 공부하는 남성을 가리키던 말입니다. 어느 날 이생은 우연히 담 너머로 '최 씨'라는 여인을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됩니다. 최 씨 역시 이생이 마음에 들었고, 이후 두 사람은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부부가 되었죠.
○ 선비(Scholar-gentleman / 儒者 / Nho sĩ)
- A term used in premodern Korea to refer to educated men who devoted themselves to Confucian learning and moral cultivation. They were expected to serve the state as officials, but also to uphold virtue even at personal cost.
- 朝鮮時代などの前近代韓国において、儒学を修め、学問と道徳の実践に励んだ教養ある男性を指す言葉。国家に仕える官吏となることが期待された一方、個人的な犠牲を払ってでも正義を守ることが求められた。
- Thuật ngữ dùng trong xã hội Hàn Quốc tiền hiện đại để chỉ những người đàn ông có học thức, chuyên tâm nghiên cứu Nho học và tu dưỡng đạo đức. Họ được kỳ vọng sẽ phục vụ đất nước với tư cách quan lại, đồng thời phải giữ vững phẩm hạnh dù phải chịu thiệt thòi.
○ 담 (Wall, fence / 塀 / Bức tường)
○ 첫눈에 반하다(To fall in love at first sight / 一目惚れする / Yêu từ cái nhìn đầu tiên)
하지만 이들의 행복한 시간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고려에 홍건적이 쳐들어오면서 두 사람이 헤어지게 되고, 결국 최 씨는 죽게 되었죠. 홍건적은 고려 말기에 북쪽에서 내려온 도적들인데요. 당시 고려를 크게 위협했던 세력이었습니다. 이렇게 이생은 최 씨와 안타까운 이별을 하게 되었죠.
○ 홍건적(Hongjeok / 紅巾賊 / Hồng Cân Tặc)
- A group of rebels who invaded Goryeo from the north in the late Goryeo period, identified by the red cloth they wore on their heads. They posed a serious threat to the Goryeo kingdom.
- 高麗末期に北から高麗に侵入した反乱軍。頭に赤い布を巻いていたことからこの名がついた。高麗に大きな脅威をもたらした勢力である。
- Nhóm phiến quân xâm lược Goryeo từ phía bắc vào cuối thời Goryeo, được nhận ra qua mảnh vải đỏ quấn trên đầu. Họ là mối đe dọa nghiêm trọng đối với vương quốc Goryeo.
○ 도적(Bandit, thief / 盗賊 / Giặc cướp)
○ 위협하다(To threaten / 脅かす / Đe dọa)
○ 세력(Force, power, faction / 勢力 / Thế lực)
그런데 어느 날 밤, 죽었던 최 씨가 이생 앞에 나타납니다. 귀신이 된 채로요. 이생은 귀신이 되어 돌아온 최 씨를 반갑게 맞이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한동안 함께 살게 되었죠. 하지만 이번에도 행복한 시간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최씨가 자신은 죽은 사람이기 때문에 더이상 이승에 머무를 수 없다고 말하는 거예요. 그리고 저승으로 돌아가 버렸죠. 여기서 이승은 산 사람들의 공간을, 저승은 죽은 사람들의 공간을 말해요. 그렇게 최 씨가 사라진 뒤, 이생은 최 씨를 그리워하며 괴로워하다가 얼마 안 가 죽게되었다고 합니다. 어떤가요? 참 비극적인 이야기죠?
○ 귀신(Ghost, spirit / 幽霊 / Ma)
○ 저승(The afterlife, the world of the dead / あの世 / Cõi âm)
○ 비극적(Tragic / 悲劇的 / Bi kịch)
자! 그리고 두 번째 이야기는 〈남염부주지〉입니다. 이 작품의 분위기는 첫 번째 이야기와는 꽤 달라요. 이 이야기의 주인공 박생은 '경주'라는 곳에 사는 선비인데요. 능력은 뛰어나지만, 아직까지 한 번도 과거 시험에 붙지 못했죠. '과거 시험'은 옛날에 나라의 관리를 뽑기 위해 치렀던 시험입니다.
○ 과거 시험(State examination / 科挙試験 / Khoa cử)
그러던 어느 날, 박생은 꿈속에서 '남염부주'라는 곳으로 가게 됩니다. 이 '남염부주'는 저승을 뜻해요. 그곳에서 박생은 염라대왕, 즉 저승을 다스리는 왕을 만나게 되고, 염라대왕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박생은 도덕과 정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열심히 이야기하죠.
○ 도덕(Morality / 道徳 / Đạo đức)
○ 정치(Politics / 政治 / Chính trị)
박생의 이야기를 들은 염라대왕은 박생을 칭찬하며 자신의 뒤를 이어 염라대왕이 되어 달라고 부탁합니다. 얼마 뒤 박생은 꿈에서 깨어나는데요. 꿈에서 깨어난 박생은 몇 달 뒤 병에 걸려 죽게 되었다고 합니다.
어떤가요, 여러분? 상당히 매력적인 이야기죠? 이 두 이야기는 분위기는 꽤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아주 신비한 이야기라는 점이에요. 신비하다는 건 이상하고 놀랍다는 뜻입니다. 이 두 작품뿐 아니라 〈금오신화〉에 실린 다섯 편의 소설은 모두 신비하고 비현실적인 이야기들입니다. 이 작품들에는 귀신, 저승, 염라대왕처럼 우리가 사는 현실에서는 만날 수 없는 존재와 공간이 등장하죠. 이해가 되시나요?
○ 신비하다(Mysterious, mystical / 神秘的だ / Huyền bí)
○ 비현실적이다(Unrealistic, fantastical / 非現実的だ / Phi thực tế)
자! 이렇게 현실에서는 보기 힘든, 신비롭고 기이한 이야기들을 담은 소설을 '전기(傳奇)소설'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전기(傳奇)'는 기이한 일을 전한다는 뜻이에요. '기이하다'는 건 이상하고 신비롭다는 말이고요. 참고로 한 사람의 인생을 적은 기록도 '전기(傳記)'라고 하는데요. 이건 발음은 같지만 한자가 다릅니다. 오늘 이야기하는 '전기소설'은, 귀신이나 저승처럼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신비로운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라고 이해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 전기 (傳奇)(Fantastical tale / 伝奇 / Truyền kỳ)
- A genre of fiction featuring supernatural and fantastical elements such as ghosts, the underworld, and immortals — things not found in everyday reality.
- 幽霊・冥界・仙人など、現実では見られない神秘的・超自然的な要素を含む物語のジャンル。
- Thể loại văn học hư cấu mang yếu tố siêu nhiên và kỳ ảo như ma quỷ, cõi âm, tiên nhân — những thứ không tồn tại trong thực tại.
○ 전기 (傳記)(Biography / 伝記 / Tiểu sử)
자! 그런데 방금 이 두 이야기를 들은 청취자분들 중에는 이것과 비슷한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어 본 적이 있다고 느끼신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아마 중국, 일본, 베트남 분들 중에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실제로 중국, 일본, 베트남에도 이 <금오신화>와 아주 유사한 작품들이 있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 유사하다(Similar / 似ている / Tương tự)
흥미롭게도 〈금오신화〉는 100% 완전히 새로운 창작 작품이 아닙니다. 〈금오신화〉가 만들어지기 약 백 년 전, 중국에서 이미 비슷한 성격의 작품이 먼저 나왔거든요. 그게 바로 〈전등신화((剪燈新話)〉라는 작품입니다. 〈전등신화〉는 14세기 중국 명나라에 살던 '구우'라는 작가가 쓴 21편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여기에도 귀신, 저승, 신선 같은 신비로운 존재와 공간이 등장해요. 〈금오신화〉와 꽤 닮아 있죠?
○ 창작(Creative work, original creation / 創作 / Sáng tác)
○ 신선(Immortal, Taoist sage / 仙人 / Tiên nhân)
이 〈전등신화〉는 당시 명나라에서 큰 인기를 끌었을 뿐 아니라 같은 한자 문화권이었던 조선, 베트남, 일본에도 널리 퍼져 나갔습니다. 〈금오신화〉의 작가 김시습 역시 이 〈전등신화〉를 읽고 그 영향을 받아 〈금오신화〉를 창작한 것이죠. 이해가 되시나요?
○ 한자 문화권(Sinosphere, Chinese character cultural sphere / 漢字文化圏 / Vùng văn hóa chữ Hán)
물론 그렇다고 해서 〈금오신화〉가 〈전등신화〉를 단순히 따라 쓴 작품이라는 건 절대 아닙니다. 두 작품을 자세히 비교해 보면, 〈금오신화〉에는 〈금오신화〉만의 독자적인 세계관과 작가의식이 담겨 있다는 걸 알 수 있거든요. 여기서 세계관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말하는데요. 〈금오신화〉의 이야기들은 배경도, 등장인물도 기본적으로 한국의 것이에요. 한국인의 시각에서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낸 거죠. 그리고 작가의식은 작가가 이야기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말해요. 〈전등신화〉가 주로 교훈을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금오신화〉에는 잘못된 세상에 대한 비판과 자신의 뜻을 펼치지 못한 지식인의 감정이 이야기 속에 녹아들어 있습니다. 이 부분은 잠시 뒤에 더 자세히 말씀드릴게요.
○ 독자적(Original, unique, independent / 独自の / Độc lập, riêng biệt)
○ 세계관(Worldview / 世界観 / Thế giới quan)
○ 작가의식(Author's perspective, authorial intent / 作家意識 / Ý thức tác giả)
○ 교훈(Moral lesson / 教訓 / Bài học đạo đức)
○ 초점을 맞추다(To focus on / 焦点を当てる / Tập trung vào)
○ 지식인(Intellectual / 知識人 / Trí thức)
○ 녹아들다(To be embedded in, to melt into / 溶け込む / Hòa tan vào)
자! 그런데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전등신화>는 한국에만 영향을 준 건 아니었습니다. 이 <전등신화>는 베트남과 일본에도 영향을 주었는데요. <전등신화>의 영향을 받아서 베트남에서는 〈전기만록(Truyền kỳ mạn lục)〉이라는 소설집이 만들어졌고, 일본에서는 〈오토기보코(伽婢子)〉라는 작품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이 네 작품들에는 서로 조금씩 비슷한 내용이 담기게 된 것이죠. 이해가 되실까요?
이렇듯 〈금오신화〉를 보면, 당시 한자 문화권에 속했던 나라들끼리 문화적으로 참 많은 영향을 주고받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떤가요? 흥미롭지 않나요?
네! 지금까지 <금오신화>가 어떤 작품인지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았는데요. 이번에는 이 〈금오신화〉를 쓴 김시습이라는 사람에 대해 알아보도록 할게요. 이 〈금오신화〉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김시습이라는 사람의 삶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그의 삶 자체가 이미 하나의 소설 같거든요.
김시습은 조선시대 초기였던 1435년에 태어났습니다. 어릴 때부터 재능이 워낙 뛰어나서 신동이라는 소문이 자자했다고 해요. '자자하다'는 건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린다는 뜻입니다. '신동'은 재능이 뛰어나고 똑똑한 아이를 말하고요.
○ 신동(Child prodigy / 神童 / Thần đồng)
○ 자자하다(To be widely known, to be on everyone's lips / 広く知れ渡っている / Lan rộng khắp nơi)
이런 김시습의 재능과 관련해서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가 하나 전해집니다. 김시습이 5살 때, 당시 조선의 왕이었던 세종대왕 앞에서 직접 시를 지어 보였고, 세종이 그 재주에 크게 감탄했다는 이야기예요. 대단하지 않나요?
다만, 이 이야기는 공식적인 역사 책에 적힌 건 아니고 야사에 전해지는 내용입니다. 야사란, 공식적으로 기록된 역사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 돌던 이야기를 기록한 것을 말해요. 그래서 진짜 있었던 일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이런 이야기가 돌았을 정도로 당시 김시습의 재능이 널리 알려져 있었다는 것만큼은 분명하죠.
○ 공식적(Official, formal / 公式的 / Chính thức)
○ 야사(Unofficial history, folk history / 野史 / Dã sử)
자! 이처럼 어릴 때부터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으니 김시습의 앞날은 아주 밝게 빛났을 것 같은데요.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았습니다. 왜일까요? 김시습이 20살 무렵에 조선에서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거든요. 바로, 당시 조선의 왕이었던 단종이 왕위, 즉 왕의 자리를 빼앗기는 사건입니다. 단종은 열두 살의 나이에 왕이 된 아주 어린 왕이었는데요. 그의 삼촌인 수양대군이 쿠데타를 일으켜 단종을 왕의 자리에서 몰아내고 스스로 왕이 된 거예요. 이 사건을 한국에서는 '계유정난'이라고 부릅니다.
○ 왕위(The throne / 王位 / Ngôi vua)
○ 계유정난(Gyeyujeongnan / 癸酉靖難 / Chính biến Gyeyu)
- The 1453 coup in which Grand Prince Suyang (later King Sejo) seized power by overthrowing the young King Danjong. It is one of the most controversial political events of the Joseon dynasty.
- 1453年、首陽大君(後の世祖)が幼い端宗を退位させて権力を奪った政変。朝鮮王朝史上、最も物議を醸した政治的事件の一つとされる。
- Cuộc chính biến năm 1453, trong đó Đại quân Suyang (sau này là vua Sejo) đã lật đổ vua Danjong còn nhỏ tuổi để giành quyền lực. Đây là một trong những sự kiện chính trị gây tranh cãi nhất trong lịch sử triều đại Joseon.
이 소식을 들은 김시습은 사흘 밤낮을 방 안에 틀어박혀 통곡했다고 합니다. '통곡'은 아주 서럽게 우는 걸 뜻해요. 이후 김시습은 정치에 관심을 끊고 세상을 떠돌기 시작합니다.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단 한 번도 벼슬길에 나가지 않았죠. '벼슬길에 나간다'는 건 나라의 관리가 되어 일하는 것을 말해요. 김시습은 수양대군 밑에서 일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던 거예요. 그렇게 전국을 떠돌던 김시습은 서른 무렵에 금오산이라는 산에 들어가 작은 집을 짓고 살게 되었고, 이곳에서 머무는 동안 이 〈금오신화〉를 쓴 것으로 추측됩니다. 이해가 되시나요?
○ 통곡하다(To wail, to sob bitterly / 号泣する / Khóc thảm thiết)
○ 떠돌다(To wander, to roam / さまよう / Lang thang)
○ 벼슬길에 나가다(To enter government service / 官職に就く / Ra làm quan)
자! 그렇다면 이러한 김시습의 삶이 〈금오신화〉에 어떤 영향을 준 것일까요? 아마도 김시습은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은 사람이었을 거예요. 잘못된 세상에 대한 분노, 뜻을 펼치지 못하는 좌절감 같은 걸 표현하고 싶었겠죠. 그런데 그것을 글로 직접 쓰는 건 불가능했습니다. 당시 상황 속에서 나라를 비판하는 글을 직접 쓴다는 건 목숨을 거는 일이었으니까요. 그래서 김시습이 택한 방법이 바로 귀신과 저승이 등장하는 비현실적인 이야기였을 것입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들을 비현실적인 이야기 속에 녹여 넣은 거겠죠.
아까 소개해 드린 〈이생규장전〉에서 이생은 귀신이 된 최 씨와 다시 만나지만 결국 또 헤어지게 되는데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쓸쓸하게 생을 마감하는 이생의 모습. 어쩌면 그건 세상을 등지고 홀로 글을 쓰고 있던 김시습 자신의 모습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남염부주지〉의 박생이 염라대왕 앞에서도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장면에는, 현실에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었지만 적어도 이야기 속에서만큼은 세상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싶었던 김시습의 바람이 담겨 있다고도 볼 수 있겠죠.
○ 생을 마감하다(To end one's life, to pass away / 生涯を終える / Kết thúc cuộc đời)
○ 세상을 등지다(To turn one's back on the world / 世を背く / Quay lưng với cuộc đời)
이렇듯 <금오신화>는 겉으로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그 안에는 잘못된 세상에 대한 분노와 슬픔, 그리고 끝내 뜻을 펼치지 못한 한 지식인의 깊은 한이 녹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해가 되실까요?
○ 한(Han / 恨 / Hận)
- A uniquely Korean concept referring to a deep, unresolved feeling of sorrow, grief, and resentment that comes from injustice or unfulfilled longing. It is considered one of the defining emotions in Korean culture and literature.
- 韓国独自の感情概念で、不正義や叶わぬ思いから生まれる、深く解消されない悲しみ・嘆き・恨みの感情を指す。韓国の文化や文学を語る上で欠かせない感情の一つとされている。
- Khái niệm cảm xúc đặc trưng của người Hàn Quốc, chỉ nỗi đau sâu thẳm, dai dẳng và không được giải tỏa, xuất phát từ sự bất công hoặc những khát vọng không thành. Đây được xem là một trong những cảm xúc tiêu biểu nhất trong văn hóa và văn học Hàn Quốc.
자! 마지막으로, 〈금오신화〉가 왜 한국 최초의 소설로 인정받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하는데요. 여기서는 <금오신화>가 한국 최초의 소설로 인정받고 있는 이유를 두 가지 관점에서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첫째는 <금오신화>가 처음으로 소설의 요건을 갖추었기 때문이라는 관점이에요. '요건'은 필요한 조건을 말합니다. 사실 〈금오신화〉 이전에도 한국에는 수많은 기록된 이야기들이 있었습니다. 신화나 전설 같은 것들이죠. 신화는 신이나 영웅이 등장하는 이야기이고, 전설은 특정 장소나 인물에 얽힌 이야기를 말해요. 그런데 이것들은 소설과는 달리, 누가 지었는지 알 수 없고, 그 안에 작가의 뚜렷한 생각이나 감정이 담겨 있지도 않아요. 그냥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인 것이죠.
○ 요건(Required condition / 要件 / Điều kiện cần thiết)
○ 신화(Myth / 神話 / Thần thoại)
○ 전설(Legend / 伝説 / Truyền thuyết)
○ 얽히다(To be entangled with, to be associated with / 絡み合う / Gắn liền với)
○ 뚜렷하다(Clear, distinct / 明確だ / Rõ ràng)
하지만 소설은 다릅니다. 소설에는 그것을 쓴 작가가 있고, 그 작가가 직접 만들어 낸 이야기가 있으며, 그 이야기 안에 작가 자신의 생각과 의도가 담겨 있어야 해요. 〈금오신화〉는 바로 이런 요건들을 갖추고 있다는 겁니다. 뚜렷한 작가 김시습이 있고, 각 이야기마다 인물의 감정이 세밀하게 그려져 있으며, 무엇보다 이야기 전체에 작가 자신의 분노와 슬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깊이 녹아 있다는 것이죠. 바로 이런 점에서 〈금오신화〉를 한국 소설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해가 되실까요?
○ 의도(Intention / 意図 / Ý định)
○ 세밀하다(Detailed, meticulous / 細かい / Chi tiết)
○ 시각(Perspective, viewpoint / 視点 / Góc nhìn)
자! 그리고 두 번째는, 창작의 목적이 달랐다는 관점입니다. 〈금오신화〉 이전의 이야기들과 〈금오신화〉는 이야기를 쓴 목적 자체가 달랐다는 거예요.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려면, 당시 사람들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귀신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건 당연히 지어낸 이야기겠지."라고 생각하죠. 그런데 옛날 사람들은 달랐습니다. 옛날 사람들에게 이승과 저승은 둘 다 실제로 존재하는 세계였어요. 귀신도, 저승도, 용궁도 모두 실제로 있다고 믿었던 거죠. 여기서 용궁은 바닷속에 있다고 하는 용왕, 즉 바다의 왕의 궁전을 말해요.
○ 용궁(Dragon palace / 竜宮 / Cung điện rồng)
○ 궁전(Palace / 宮殿 / Cung điện)
그러니까 옛날에는 귀신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있다고 해도, 그 이야기를 읽는 사람들 모두가 그것을 꾸며낸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겁니다. 오히려 역사책에 기록되지 않은 실제 이야기라고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았죠. 그러다 보니 옛 사람들이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쓸 때는 허구적인 이야기를 지은 게 아니라, 역사책에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실제 있었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썼다고도 볼 수 있어요.
○ 꾸며내다(To make up, to fabricate / 作り上げる / Bịa đặt)
○ 허구적(Fictional / 虚構的 / Hư cấu)
그런데 〈금오신화〉는 달랐습니다. 김시습도 똑같이 저승이나 귀신 같은 비현실적인 소재를 사용했어요. 하지만 김시습은 이 비현실적인 소재를 통해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생각하고 느낀 것을 이야기하고 싶어 했죠. 즉 〈금오신화〉는 이야기를 역사적 기록이 아닌, 작가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기 위한 목적으로 창작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바로 이런 점에서 〈금오신화〉는 한국에서 처음 등장한 소설다운 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죠. 이해가 되실까요?
○ 소재(Subject matter, material / 素材 / Chất liệu)
○ 내면(Inner world, inner self / 内面 / Nội tâm)
○ -답다
- A suffix attached to a noun to mean "worthy of," "befitting," or "truly like." For example, 소설답다 means "truly like a novel" or "worthy of being called a novel."
- 名詞に付いて、「〜らしい」「〜にふさわしい」という意味を表す表現。例えば、소설답다は「小説らしい」「小説と呼ぶにふさわしい」という意味になる。
- Hậu tố gắn sau danh từ, diễn đạt ý nghĩa "xứng đáng là," "đúng nghĩa là." Ví dụ, 소설답다 có nghĩa là "xứng đáng được gọi là tiểu thuyết.“
네! 오늘은 여러분께 한국 소설의 시작이라고 평가받는 <금오신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드렸습니다. 처음에 말씀드린 것처럼, <금오신화>는 한국 문학사에서 아주 중요한 작품입니다. 그래서 한국인들도 고등학교 때 한 번씩은 이 작품에 대해 배우게 되죠. 나중에 한국 친구를 만났을 때 여러분이 이 <금오신화>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시면 아마 한국 친구가 아주 놀라고 반가워할 겁니다.
네! 오늘도 저의 팟캐스트에 함께해 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저는 다음 시간에 더 즐거운, 재미있는, 유익한 이야기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 모두 건강 관리 잘해 주시고요. 우리는 다음 시간에 봅시다. 그럼 모두, 안녕!
○ 문학사(History of literature / 文学史 / Lịch sử văn học)
○ 소설집(Short story collection / 短編小説集 / Tuyển tập truyện)
○ 한문 소설(Classical Chinese novel / 漢文小説 / Tiểu thuyết chữ Hán)
○ 실리다(To be included, to be published / 掲載される / Được đăng, được in)
○ 선비(Scholar-gentleman / 儒者 / Nho sĩ)
○ 첫눈에 반하다(To fall in love at first sight / 一目惚れする / Yêu từ cái nhìn đầu tiên)
○ 홍건적(Hongjeok / 紅巾賊 / Hồng Cân Tặc)
○ 도적(Bandit, thief / 盗賊 / Giặc cướp)
○ 위협하다(To threaten / 脅かす / Đe dọa)
○ 세력(Force, power, faction / 勢力 / Thế lực)
○ 귀신(Ghost, spirit / 幽霊 / Ma)
○ 저승(The afterlife, the world of the dead / あの世 / Cõi âm)
○ 비극적(Tragic / 悲劇的 / Bi kịch)
○ 과거 시험(State examination / 科挙試験 / Khoa cử)
○ 도덕(Morality / 道徳 / Đạo đức)
○ 정치(Politics / 政治 / Chính trị)
○ 신비하다(Mysterious, mystical / 神秘的だ / Huyền bí)
○ 비현실적이다(Unrealistic, fantastical / 非現実的だ / Phi thực tế)
○ 전기 (傳奇)(Fantastical tale / 伝奇 / Truyền kỳ)
○ 전기 (傳記)(Biography / 伝記 / Tiểu sử)
○ 유사하다(Similar / 似ている / Tương tự)
○ 창작(Creative work, original creation / 創作 / Sáng tác)
○ 신선(Immortal, Taoist sage / 仙人 / Tiên nhân)
○ 한자 문화권(Sinosphere, Chinese character cultural sphere / 漢字文化圏 / Vùng văn hóa chữ Hán)
○ 독자적(Original, unique, independent / 独自の / Độc lập, riêng biệt)
○ 세계관(Worldview / 世界観 / Thế giới quan)
○ 작가의식(Author's perspective, authorial intent / 作家意識 / Ý thức tác giả)
○ 교훈(Moral lesson / 教訓 / Bài học đạo đức)
○ 초점을 맞추다(To focus on / 焦点を当てる / Tập trung vào)
○ 지식인(Intellectual / 知識人 / Trí thức)
○ 녹아들다(To be embedded in, to melt into / 溶け込む / Hòa tan vào)
○ 신동(Child prodigy / 神童 / Thần đồng)
○ 자자하다(To be widely known, to be on everyone's lips / 広く知れ渡っている / Lan rộng khắp nơi)
○ 공식적(Official, formal / 公式的 / Chính thức)
○ 야사(Unofficial history, folk history / 野史 / Dã sử)
○ 왕위(The throne / 王位 / Ngôi vua)
○ 계유정난(Gyeyujeongnan / 癸酉靖難 / Chính biến Gyeyu)
○ 통곡하다(To wail, to sob bitterly / 号泣する / Khóc thảm thiết)
○ 떠돌다(To wander, to roam / さまよう / Lang thang)
○ 벼슬길에 나가다(To enter government service / 官職に就く / Ra làm quan)
○ 생을 마감하다(To end one's life, to pass away / 生涯を終える / Kết thúc cuộc đời)
○ 세상을 등지다(To turn one's back on the world / 世を背く / Quay lưng với cuộc đời)
○ 한(Han / 恨 / Hận)
○ 요건(Required condition / 要件 / Điều kiện cần thiết)
○ 신화(Myth / 神話 / Thần thoại)
○ 전설(Legend / 伝説 / Truyền thuyết)
○ 얽히다(To be entangled with, to be associated with / 絡み合う / Gắn liền với)
○ 뚜렷하다(Clear, distinct / 明確だ / Rõ ràng)
○ 의도(Intention / 意図 / Ý định)
○ 세밀하다(Detailed, meticulous / 細かい / Chi tiết)
○ 시각(Perspective, viewpoint / 視点 / Góc nhìn)
○ 용궁(Dragon palace / 竜宮 / Cung điện rồng)
○ 궁전(Palace / 宮殿 / Cung điện)
○ 꾸며내다(To make up, to fabricate / 作り上げる / Bịa đặt)
○ 허구적(Fictional / 虚構的 / Hư cấu)
○ 소재(Subject matter, material / 素材 / Chất liệu)
○ 내면(Inner world, inner self / 内面 / Nội tâm)
○ -답다
박은진. (2023). 한, 중, 월 전기소설의 이계 체험담 연구-《전등신화》, 《금오신화》, 《전기만록》을 중심으로-. 고전문학과 교육, (54), 149-187.
엄기영. (2023). 羅麗時代傳奇의 補史的속성과 그 向方에 대한 試論. 우리말글, 99, 295-325.
정주동. (1963). 「금오신화(金鰲神話)」에 대(對)한 의문점(疑問點). 국어국문학, 26, 22-36.
최삼용. (1984). 설중환(薛重煥) 저(著) 금오신화연구(金鰲神話硏究). 국어국문학, 91, 398-402.
썸네일 사진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